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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와 소인이 사람을 대하는 차이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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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와 소인이 사람을 대하는 차이 


-  중국어가 나에게 가르쳐 준 인간에 대한 깊은 깨달음 -


이성원 성원출판사 대표

 


제가 중국어를 접한 지 거의 40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중국어를 배우면서 깨달은 바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중국고전과 현대중국어가 저에게 알려준 인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깨달음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인간이란 어떤 존재들인가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不要以貌取人)


오늘 우리는 당신 곁에 있는 어떤 사람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몇 분 안에 파악해 버린다. 무엇으로? 그 사람의 외모가 알려주는 정보를 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결론을 내버린다. 우리가 흔히 그리고 자주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다.

 

내가 배운 중국어에 이런 말이 있다: “人不可貌相,海水不可斗量즉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고, 바닷물은 말()로 측정할 수 없다. 한 말(10)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바다의 양을 잴 수 없듯이 사람의 외모라는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정보로 그 사람을 결코 제대로 알 수 없다.

 

 

한국사람들은 사람이나 사물의 겉모습에 가치를 많이 둔다. 사물의 표면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 모든 종류의 한국제품들은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 오늘도 공장에서는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보기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가치 대상이 사물이 아니라 사람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사회는 기본적으로 외모지상주의자의 천국이요, 성형왕국이다. 이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코드다. 남에게 호감형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면에서 노력하는 건 한국인의 체면의식이요, 한국인의 근면성이다.

 

문제는 겉모습은 호감형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성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호감형은 확실히 살아가는데 유리하다. 그들이 주는 좋은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말을 의심 없이 믿어준다. 시쳇말로 얼굴이 잘 생기면, 예쁘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이상한 관용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라. 사기꾼들 중에는 심지어 파출소 앞에 걸려 있는 현상금이 걸려 있는 수배자 사진들 중에도 호감형이 꽤 있다. 인상이 좋아야 남에게 사기 치기가 용이하고, 범죄를 저지르기가 쉽다고 생각되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배운 중국어에서는 사람은 겉으로는 절대 모른다, 직접 겪어 봐야만 그들의 인간성을 알 수 있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중국어에 이런 말들이 있다.

 

1. 路遙知馬力, 日久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흘러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즉 말은 타 보아야 알고,

사람은 같이 지내보아야 안다는 것이다.

 

2 疾風知勁草, 烈火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인지 알 수 있고,

맹렬히 타는 불에 쬐어 보아야만 순금을 알 수 있다.

즉 극심한 시련이나 역경에 처해 봐야만 비로소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사람의 외모 말고 무엇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라는 말인가

중국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不要以貌取人,主要看氣質!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기질(氣質)에 주목하라

 

기질(氣質)이란 무엇인가? :

얼굴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품. 품격. 기풍. 얼굴에 서려 있는 생기와 기운을 말한다.

 

 

二  메신저보다는 메시지를 중시하라

 

나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의 말이나 나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말을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말을 신뢰할 때 그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먼저 누가 말했느냐,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이 그 말을 했느냐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말의 내용(메시지)보다는 말한 사람(메신저)을 중시한다. 이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에서 생겨난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논어》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 군자는 어떤 사람이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높이 사고,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고 볼품이 없다고 해서 그가 한 말까지 무시하지는 않는다君子不以言擧人,,不以人廢言(논어/위령공)


위의 말을 뒤집어서 말하자면 보통사람(소인배)들은 언변이 뛰어난 사람의 말을 더욱 신뢰하고, 사회적 신분이 높거나 OO교수니 △△박사니 하는 수식어가 붙는 소위전문가의 말만 인정하고 가방 끈이 짧거나 제대로 학교를 못 다닌 볼품없는 사람들, 또한 말을 어눌하게 하는 사람들의 말은 아예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이는 말의 진정성을 무시한 폐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메신저가 누구이든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자세로 그 메시지가 일리가 있고 합당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서 공자는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면서, 가식적으로 상냥스러운 얼굴을 하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矣仁)고 강조하면서 위선적인 메신저의 말을 가려서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아무리 2500년 전의 말이라도 시공을 초월해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말들은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오늘부터 라도 누가 그 말을 했는가 보다는 비록 나보다 못 배운 사람이 한 말일지라도 그 말이 일리가 있으면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는 습관을 키워보자.



  “내로남불은 우리 이기적인 인간들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언론에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에게는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엄격하다며 이는내로남불이라며 비난하는 것을 종종 접한다. 하지만 중국어를 혹은 중국고전을 일찍 접했던 나에게는 인간들의 이런내로남불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1996년 정치인 박희태 씨가 유행시킨내로남불은 인간의 본성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 말이었다.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편에게는 관대하지만 주로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같은 행동을 하면 윤리적,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에서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동시에 간사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다시 공자의 말씀이다. 《논어》 《안연편》에서 안회()가 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克己復禮爲仁)“이라고 답했다. 즉 이기심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仁의 실천이라는 뜻이다.

위의 말에 대한 답이 있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해야만 공적인 영역인 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행동양식의 출발점은 이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이기심을 채워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교수이든 관계없이 그들은 사적인 이기심을 가지고 공적인 업무를 본다. 즉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 못한다.

 

이기심을 이겨서 의 영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간들이 어떻게내로남불이 아닌내불남로”(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를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내로남불은 비합리적이지만 인품이 군자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소인배에게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기합리화일 뿐이다오해는 하지 말기를. 일반인은 나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내불남로"는 할 수 없는 경지이라는 얘기이다.

 

군자의내불남로의 경지를 살펴보자 

 

“자신에 대해서는 엄하게 책망하고, 남에 대해서는 가볍게 한다면, 남들의 원망을 멀리할 수 있으리라.”

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 14)

 

克己復禮”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로 종교인, 안중근, 윤봉길 같은 독립운동가, 청와대에 살면서 부부가 평소에 사적으로 먹는 밥값은 사비로 지불한 어느 대통령과 그리고 0.001%에 해당되는 군자 같은 선비 뿐이다.

나머지 99.99%는 윤석열같이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잣대로 평가하며 살아간다. 중국의 유명인사의 99% TV에 나와서 입만 열면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자녀들은 100%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살아가는 것처럼…….

 

 《논어》에서 군자와 소인의내로남불의 예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논어 위령공편 20] 君子求己,小人求

다시 말해서, 군자는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 탓을 한다

 

중국어 해석: 君子格要求自己,小人苛刻要求

군자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소인은 다른 사람에게 가혹하다

 

소인(일반인)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가혹하다.

우리는 모두 소인배들이고, 속물들이다. “내불남로는 할 수 없다.

 

♣ 참고로 대인배(大人輩)는 틀린 말이다.

대인은 사회의 극소수이므로 무리라는 뜻인 배()를 붙여서는 안 된다.



四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고 그 사람이 한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事不)

 

우리는 영웅을 좋아하고, 나아가서 우리는 영웅 만들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롤모델을 찾기를 갈망하고, 찾게 되면 그 롤모델을 따라 하기를 좋아한다. 또한 한국 정치사에서 1980~90년대 소위 3김 시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가 있었다. 이들 3김이 30년 동안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선거만 하면 전라도는 김대중, 경상도는 김영삼, 충청도는 김종필만 줄기차게 묻지마투표를 했다.

 

그러다가 1990년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세력을 배반하고 3당 합당을 했을 때, 30년 동안 야당만 찍었던 부울경 유권자들이 하루아침에 여당(민정당)을 찍기 시작해서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민정당의 후예 정당에게 투표하고 있다. 국힘당이 우리에게 이익을 주든 심지어 피해를 주든 관계없이. 자신들에게 노인수당을 주든 주지 않든 관계없이. 정말 사람에게 충성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이다.


한국사람들은 이성적이고 이해타산적 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맹목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지연, 학연, 혈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애를 하거나 결혼상대자를 선택할 때는 이해타산적인 두뇌가 활발하게 전개되다 가도 누구를 비판하거나 투표를 할 때는 합리성이 사라지고 맹목적성(묻지마 몰입상태)으로 돌변한다.

 

어느 날 중국어공부를 하다가 우연히머리가 띵해지는 어휘를 만나게 된다. 바로事不”라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어떤 비판을 할 때는 그 비판의 대상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냐 아니냐, 혹은 우리 편이냐 남의 편이냐를 따지지 말고 오로지 그가 한 행동이 옳은가 그른가만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어에 이런 어휘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어휘가 중국인들의 대화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는 점은 중국인들이 확실히 우리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발굴해서 국회의원까지 만들어 주었던 자신의 두목인 김영삼이 민주세력을 배신하고 노태우와 손잡았을 때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노무현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가끔은이건 아니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합리적으로 세상 일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비록 내편이지만 잘못하면 냉철하게 비판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비록 상대편이지만 그의 행동이 옳으면 칭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분야나 영웅이 있고, 롤모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심지어 아무리 사랑하는 내 가족일지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는우리가 남이냐라고 무조건 감싸지만 말고 냉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자세와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우리들은 아직도 문제의 핵심보다는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먼저인 것 같아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오늘부터 라도 어떤 일을 판단할 때事不”그 사람보다는 그가 한 일에 포커스를 맞추어 판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