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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술인 전체의 명예훼손, 퐁피두를 진심으로 반대한다.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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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부산일보 이성복교수님의 기사를 반박합니다 >

https://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10817520789460

 

일전에 부산일보에 부산미술계 폐쇄시스템을 기고하신 이성복씨는 부산미술계를 지나치게 비아냥거렸다. “서울에 있는 것을 못 가진 부산은 절대 글로벌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만년 지방도시로 남으리라고 대못을 박고 있다. 서울은 그들이 대표라고 생각하므로 그냥 미술계, 한국미술계라고 한다. 부산도 별일 없으면 부산미술계라고 쓰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껏 부산에 있는 음악계나 무용계, 공업계 등 그 전문적인 계통을 구분하는 말로 미술계라는 말을 썼지, 기능적인 제도라는 개념으로 미술계를 사용한 적은 없다. 이성복씨가 말하는 시스템이라도 있으면 인정하겠다. 이성복씨 눈에는 그렇게 만년 지방도시 부산이 졸속하고 가치없어 보여도 그 나름으로 가치를 가진 인재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나 평론가도 있고 자신의 작업실에 칩거하며 조용히 발표하는 작가도 있다. 말하자면 그 나름 미술계가 있다는 것이다. 외세를 반대하고 폐쇄되는 시스템이 있을 정도로 과대평가해 주시니 감사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없던 비엔날레를 만들었던 부산미술가들의 자발성도 폐쇄시스템일까?

 

이성복씨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퐁피두를 반대하는 첫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정책과 시민의 개방적 소통(Open communication system)이다. 부산미술인이 왜 글로벌해지고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이 없겠는가? 부산시장은 세계적 미술관을 선거 공약할 때 여러 미술가들의 자문을 얻었다고 누누이 말했다. 그 미술가들이 누구인지 부산을 대표하는 각 쟝르의 미술가와 전문가들을 모두 개방적으로 모아 공청회를 가진 적이 없다. 자신의 공약에 나온 것이니 시민들이 다 이해했다고 늘 표현하는데 그런 안하무인 적인 논리는 아무리 개방적인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부산시장이 엑스포준비로 그 바쁜 중에 퐁피두센터 관장을 찾아가 분관요청을 했다든가, 퐁피두에서 부산을 조사했다든지, 자랑스럽게 분관유치협약을 했다든가 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치적 자랑을 할 동안 한 번이라도 시민의 손을 잡고 물어본 적이 없다. 부산시 보도자료나 퐁피두 협약의 문건들은 제목과 자랑만 있을뿐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내용이 없다고 수차례 시민들이 지적해 댄다. 부산시의 폐쇄성 이것이 퐁피두를 반대하는 첫째 이유다. 그러니 이성복씨의 폐쇄시스템이라는 것에는 매우 단편적이고 부산시의 문화정책과 꼭 닮은 시각이 들어있다.

 

둘째 이유는 불평등한 협약이다. 국회감사 때 밝혀진 퐁피두 비밀협약문건에 문화식민성, 경제적 침해, 미술주권의 침탈 등이 문제가 된다. 비밀협약 문건이라서 민간에서는 이걸 개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비밀협약이 되어야 할 가치가 있을까? 그 이유를 퐁피두와 부산시가 시민들에게 설명한 적도 없고 보도자료에도 세부적 설명이 된 적이 없다. 1,100억이상의 설립금액과 해마다 운영비125, 로열티60, 퐁피두가 직접 사용한 그 외의 경비 포함, 부산시민의 혈세(시비100%)를 써야한다. 협약문은 불어와 영어로만 작성해야 하고, 프랑스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전시권리 또한 프랑스가 승인하여야 하며, 프랑스가 훔쳐간 문화재 등의 반환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협약을 왜 시민에게 밝힐 수 없을까? 국가 대 국가의 외교적 차원의 좋은 일이라면 공개하고 부산의 시립미술관도 파리 분관을 내어야 마땅치 않겠나. 그것은 돈은 돈대로 퍼주고 발목을 잡히는 불평등한 협약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위 부산미술계라는 존재가 폐쇄시스템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셋째는 미술문화의 본질적인 이유다. 미술작품과 작가들의 사유는 관광상품, 그 이전의 문제라는 정도의 상식은 이성복씨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가우디의 건축이나 나오시마 섬의 미술관들을 성공한 관광지로만 인식하시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역사문화와 지형과 산업과 인문등의 모든 삶이 녹아서 50~200년씩 걸리는 종합적 예술이 먼저 창조되어야 한다. 부산정치가는 나오시마와 빌바오구겐하임의 사례를 좀이라도 안다면, 유명 외제 트랜드를 수입하기 전에 낙후된 부산의 도시지역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자존감 있게 살릴 정책을 장기적으로 입안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자만으로 지역예술가를 무시하지 말고 공청하고 의논하여야 한다. 예술 문화의 본질은 지역에 있다. 이성복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역사도 쥐뿔도 없이 어깨에 힘만 들어가 폐쇄적인 부산미술계만 있다면 나도 이성복씨의 말에 동의하고 정체성 없고 역사도 없는 부산을 떠날 것이다.

 

부산은 아무것도 없으니 건축물이라도 미술품보다 앞서서 글로벌해야 되는 것은 상업적 흥행으로 볼 때 알맞은 논리일지 모른다. 우리의 글로벌한 부산미술관을 만드는데 안도다다오나 렌조피아노나 프랭크게리가 오면 참 좋겠지만 전세계가 하고있는 트렌드를 우리마저 따라해야 하나? 부산의 건축가나 미술가는 부산의 아픈 역사와 자연, 인문을 대표할 조형과 기능을 건축으로 만들어내지 못할까? 글로벌 브랜드! 유명하지 않으면 돈 안된다는 논리를 가진 자들이 부산의 역사와 예술을 개똥밭 불모지라고 최면을 건 세월 동안 우리가 잃은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넷째 정책 입안자는 부산 미술인들의 미술관 정책에 대한 오랜 숙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부산의 미술관 역사와 기능에 대해 이해가 없는 분들은 부산 미술인이 현존 2~3개 미술관을 조금 세계적으로 만들기를 바라고 예술창작비로 얼마간 동냥해 주기를 바란다고 착각한다. 부끄럽지만 비전문가라도 금방 알 수 있는 부산만의 세계적 미술관에 대한 오랜 숙원을 모르면 시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정말 공손하고 정당하게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문화예술정책을 정당하게 입안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세계의 미술관들과 콜라보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교육하는 글로벌한 부산의 세계적 미술관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부산미술인들의 염원이다. 그러나 안정된 천혜의 자연보호구역에 예술공원 개발 공사를 벌여 여러 동의 건물과 도로를 지어 훼손하고, 불평등한 계약으로 프랑스의 근대 작품을 받아오는 것 만은 원하지 않을 뿐이다.

 

잘못된 문화예술정책과 무도한 추진으로 향후 백년 간 부산 시민이 이성복씨 말대로 만년 지방 문화식민지 도시에서 부끄럽게 살지 않도록 각성하시길 원한다.

 

부산미술협회회원 허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