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행동, 사회를 구원할 수 있을까?(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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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로 기록되었고, 청년들은 자녀를 낳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행복을 돈에서 찾고 있다. 과거에는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며 금전적 가치를 숭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 그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당연시되었다. 주식 투자나 재테크가 필수가 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현대의 위인전에는 마더 테레사나 알베르트 슈바이처 같은 이타적인 인물들이 아닌,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같은 물질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사회가 건강하고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는 바로 ‘봉사’라는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다.
매년 12월 5일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1985년 유엔이 제정한 이 날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날로,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어 일주일 동안 자원봉사 주간이 운영된다. 자원봉사의 가치는 단순히 타인을 돕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개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활동이다.
필자는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하는 보호직 공무원으로서 이타적 동기가 결여된 상태로 시작되는 사회봉사명령의 집행과정에서 사회봉사 대상자의 많은 변화를 목격해왔다. 사회봉사명령이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법원에 의해 부과된 봉사 시간을 이행하는 일종의 형벌이다. 음주운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하며 이들은 부과된 시간만큼 무보수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게 된다. 보호관찰소는 이들에게 해양 환경 정화, 사회복지시설에서의 활동 등의 봉사 분야에 배치하며 이들이 속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봉사를 이행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록 그들의 봉사가 자발적인 발로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사회봉사를 이행하며 타인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나, 해양 환경 정화 활동 등 봉사 전후의 가시적인 변화가 보이는 분야에서 사회봉사 대상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봉사 시간을 모두 마친 후에도 자발적으로 봉사 기관에 기부를 하거나 다시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는 이타적인 행동이 결국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중요한 사례를 보여준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바로 이타적인 행동이다. 인간 외의 동물에게서 이해관계에 따라 공생관계가 되거나 무리를 이룬 집단 내에서 협력하는 행동이 발견된 사례는 있지만 인간처럼 접점이 없는 타인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타적인 마음은 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인간이 자연계에서 최상위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능과 문명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마음 덕분일 것이다.
필자와 보호직 공무원들은 사회봉사 대상자가 범죄의 대가로 사회봉사명령을 부과 받았으나 사회봉사 이행 중 이타적인 행동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향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감소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회봉사 집행에 임하고 있다.
오는 12월 5일,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우리는 봉사 정신과 이타적인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봉사왕’이나 ‘헌혈왕’을 꿈꾸는 시대가 다시 오기를 소망한다.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마음이 결국 우리 사회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