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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부터 무너지는 부산, 지역자치도 소멸을 향해

2024.08.23

중심부터 무너지는 부산, 지역자치도 소멸을 향해

<최성희 작가의 작품 아파트>

부산의 중심, 중구 합계출산율이 전국 기초단체 중에 최저를 기록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02433,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부산 중구 합계출산율은 0.31로 전국 지자체 중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중구는 한때 인구 포화지역이었지만 원도심으로 쇠락하며 고령화 가속되고, 주거·교육환경도 열악한데, 근로자 1인당 총급여도 전국 꼴찌라고 한다. 중구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꼴찌권에 머물러 왔다.

중구는 과거 19501980년대만 해도 부산에서 인구가 밀집된 곳이었다. 옛 부산시청을 비롯해 지역 방송국, 법원 등이 자리 잡고 있던 중심지였다. 6·25전쟁 때는 부산항을 통해 밀려든 피란민들로 산비탈에도 집을 짓고 살아야 했을 만큼 인구 밀도가 높았고, 부산시가 당시 인구 분산을 위해 이주 정책을 펼쳐야 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 등 중심지 기능이 모두 빠져나갔고, 부산항의 기능도 강서구 부산신항만으로 넘겨주면서 중구는 눈에 띄게 쇠락했다. 경남에서 전입되는 젊은이들은 곧 서울과 경기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1월 기준 중구의 인구는 38619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 특별·광역시 산하 기초단체 가운데 인구가 4만명 아래로 가장 먼저 떨어진 곳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자체가 대폭 줄어들며 도시 활력이 떨어진 데다 주민들의 세대 간 불균형도 매우 심각한 상태다.

청년인구가 대폭 줄면서 1549세 가임기 여성의 수는 7313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8.9%밖에 안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7%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영화 <친구>에서 잘 재현되듯이, 산비탈에 발달한 도시의 형태는 과거의 추억을 환기시키지만 미래를 소멸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산비탈의 도시는 정주 시설과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에 젊은 인구 유입과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가 고지대에 형성돼 있어 건축물 최고 높이 상향 등에 제한을 받는 등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에서 여자중학교가 없는 자치구로, 교육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개인의 경제력이 출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보면 중구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총급여액(2021년 기준)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점도 예사로 볼 대목이 아니다. 국세 통계 연보 등에 따르면 중구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2520만원으로 총급여가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 7440만원에 비교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중앙정치가 지역을 대변하지 못하면서 지역소멸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거대양당이 이야기하는 지역발전서울 따라 하기이지만 부산의 중심, 중구는 서울을 따라가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지역균형발전이 과연 부산에 가능한지, 질문이 되는 시점이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거대양당 외에는 의미 있는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부산에서 부산의 중심은 무너지고 있다. 현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가 지역정당으로 인해 전개될 수는 있어도, 미래는 이미 기울어진 것 같고, 부산의 중심은 더욱 소멸할 것 같다.

 

 

최용성 박사는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부산대, 부산교대 윤리교육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자치분권, 직접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하는 부산자치당의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