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3채 팔아 서울 아파트 사는 양극화 지방소멸시대의 지역자치
2024.08.23
지방 아파트 3채 팔아 서울 아파트 사는 양극화 지방소멸시대의 지역자치
<최성희 작가의 아파트 작품>
이 시대는 서울집값만 오르는 시대이다. 더 정확하게는 서울 아파트만 오르는 시대이다. 더 핵심적으로 말하면, 서울 수도권 집중화와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실패가 심각한 시대이다. 아파값을 잡아야 하는데, 수도권 서울 공화국이 특례 대출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 수요를 부양해 주려고 애쓰다 보니, 젊은이들이 아파트 사기가 너무 힘든 시대가 되었다. 값싼 공공 주택은 제공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비싼 아파트를 사라고 하면서 대출 조건을 좋게 해 주면서 빚내서 집사는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0대 가구가 저축으로 서울 아파트 사려면 86년 소요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최근 주택가격 급등 속에 청년세대와 다른 세대의 격차뿐 아니라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도 심화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A. Honneth)의 ‘인정’ 이론의 틀에서 보자면 사람들은 저마다 인정을 받기 위해 사는데, 자아 정체성과 공동체에의 소속감을 획득하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생존’이나 ‘자기보존’을 최고의 지상명령으로 간주하지만 호네트는 생존과 안전이 아니라 인정욕망이 사회운동을 추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난한 청년이나 지방대생, 지방이 아니라 가난한 청년과 지방대생, 지방을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무시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호네트는 인격이 훼손되는 사건, 인정이 유보되는 사건을 ‘무시’라고 부른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균충, 기균충, 수시충 그리고 편입충 등 서로를 낮잡아 부르고 구분짓는 엇나간 ‘흙수저’들의 인정투쟁이 심각한 편이다. 특별히 지난 몇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대의로 치열한 인정 투쟁을 벌였다면 젊은 남성은 군복무라는 자신의 피해자성을 말하면서 공동체의 자원에‘무임승차’하는 집단을 공격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그런데 청년세대(39세 이하) 내에서도 하위 20% 가구 대비 상위 20% 가구의 자산 5분위 배율이 2017년 31.75배에서 2021년 35.27배로 늘어났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확대엔 소득격차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의 대물림이 근저에서 작용하자 젊은 남성은 어떤 집단보다 갈가리 찢겨지며, ‘인정 불안’을 유발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 사회의 분배규칙인 성과·능력주의에 대해서 청년 및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없게 된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칠 정도로 과도하게 심화되고, 대안적 분배규칙과 인정투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5분위 청년들은 자신의 성과나 업적보다 과도한 분배와 인정을 받는 인정의 병리적 현상이 심각한 사회인 것이다. 호네트는 사람이 타인이나 공동체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나 모욕을 받게 되면, 당연히 괴로움과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고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저항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되 서울공화국 가난한 이들과 지방의 이들의 집값은 오르지 않아 수치심을 안기되, 젊은이들 역시 출산파업과 함께 분노 가운데 힘들어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아파트값이 올라갈 수 없는 구조인데, 서울 공화국은 아파트 대출 공화국이 되고 있고, 지역의 아파트는 위험사회로 질주하면서, 중앙과 지방, 서울과 지역간의 인정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양극화 사회에서 서울 아파트 값은 너무 비싼 아파트가 되어 양극화를 부추기는 시대가 되었다. 지방아파트 3채 팔아도 서울아파트 못 사는 시대, 아파트 양극화 시대는 결국 지방소멸시대로 갈 것이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 평균 격차가 9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아파트 3채로도 서울 아파트 못 살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2024년 6월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호가, 시세, 지역 평균 등을 반영해 산정)은 12억9967만원으로 지방 아파트 전체 평균 가격(3억5460만원)보다 3.66배에 달했다. 절대 가격 차이는 9억4507만원이다.
지난 2010년까지만해도 서울과 지방 아파트 격차는 4억133만원이었다. 5년 뒤인 2015년엔 두 지역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3억2976만원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횡보한 반면 지방 아파트값이 7000만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부동산 가격이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급등하면서 두 지역 아파트값 차이는 8억5184만원으로 벌어지더니 2021년엔 그 격차가 9억8845만원까지 커졌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지방 아파트 2채 가격이면 서울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었지만 이젠 3채 이상이 필요해진 셈이다. 이 같은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5% 올라 2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0.05%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는 13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은 4주째 하락하고 있다.
결국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수요자들의 서울 선호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우리는 지방소멸에 대해 서울 공화국이 공감과 ‘서사적 상상력’(narrative ima ination)이 없으며, 지방소멸을 변화시킬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않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록 랑시에르(J. Rancie're)는 민주주의적 삶은 소비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인간들의 탈정치적인 삶이 되어버렸고, 재력에 기초한 권력 앞에, 그리고 이 권력과 협력하거나 또는 그것에 도전하는 세습적 권력 앞에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탄하나, 서울 공화국 아파트의 사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시민이 아닌 공익과 공동선을 개인의 사익과 함께 동등하게 고려하는 지역의 민주시민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정투쟁을 심각하게 고려하되, 민주적인 갈등 해결을 통한 상호인정을 체화하고 제도화하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 지방 30년, 아니 영원히 소멸할 지방의 시대, 서울공화국의 부동산 아파트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직접민주, 지역자치의 길로 정직하게 대처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최용성 박사는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부산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치분권, 직접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하는 부산자치당의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