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와 부산진구, 고독한 빈집·아파트의 노인 도시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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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와 부산진구, 고독한 빈집·아파트의 노인 도시
<최성희 작가의 아파트 작품>
‘초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해 부산이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2024년 6월 28일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부산을 제외한 세종(1.113), 서울(0.810) 등 특·광역시는 소멸위험지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0.490으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였다. 부산은 65살 이상 인구가 23%에 달해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20~39살 여성인구는 11.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이 취업을 원하는 일자리를 비수도권 지역에서 찾기가 어려워지자, 미디어나 디자인, IT 관련 업종 취업 자리가 있는 서울로 탈출하고 있다. 결국 부산의 저출생 대책과 지방소멸 대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동시에 안겨준 <노인과 바다>는 부산에서 자조 섞인 비유로 사용되었지만 20~39살 여성인구 혹은 젊은이 대비 노인 인구가 많음을 보여준 것이다. ‘노인’과 ‘바다’밖에 없는 도시라는 부산은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정말 내세울 것은 바다밖에 없는 도시가 되었다. 노인이 너무 많아지고 바다뿐인 곳에 인재와 돈이 몰릴 수 없고, 문화 예술도 서울공화국에 식민화돠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중심으로 가장 부촌과 비싼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해운대구의 아파트는 당분한 건재할 것이다. 해운대구 아파트가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이미지와 환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간을 행동케 하는 동기는 ‘무시’이며, 행동의 목표는 ‘인정’에 닿는다고 설명한다. 인정투쟁 이론이다. 인정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이며, 이는 해운대구의 남쪽 바닷가를 따라 남구를 거쳐 용호동까지 인정받는 부촌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해운대구 안에서는 좌동, 우동, 중동의 형태로 부촌이 심화되고 있지만 중동의 엘시티에서 보여지듯 바벨탑의 욕망을 닮은 듯한 욕망은 아직도 꺼질 수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각한 곳인데, 바다쪽의 해운대구와 북쪽의 해운대구는 기대수명차가 17년이나 되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는 해운대구 북부에서 늘어나는 빈집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해운대구의 경우 고층 아파트와 각종 대형 쇼핑몰과 문화시설, 초고층 빌딩이 많아 젊은층이 선호할 것 같지만 지역 내 양극화가 심해서 청년들이 발붙이기 힘든 지역이다. 문화시설이 밀집한 화려한 외면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동별로 인구 양극화가 뚜렷하다. 피난민들의 정책이주 지역으로 정주 환경이 열악한 반송, 반여 지역의 경우 소멸위험지수가 0.2 안팎을 보이며 소멸고위험 수준을 보인다. 특히, 반송 1·2동은 소멸위험지수 값이 각각 0.192, 0.194로 20~39세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5분의 1에 못 미치는 소멸고위험지역이다. 반여 2·3동 역시 소멸위험지수 값이 각각 0.218과 0.269로 소멸고위험지역 기준에 가깝다.
반면, 센텀시티와 마린시티를 포함하는 우동, 아파트가 많은 재송동 등은 소멸위험지수 진입 기준인 0.5를 웃돌았다. 해운대구 내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 지역인 그린시티를 포함한 좌 1·2동은 각각 소멸위험지수가 각각 0.792, 0.798로 높았다. 반면 아파트 밀집 지역인 좌동과 중동 등은 소멸위험 진입 기준인 0.5를 웃돌았다. 이런 점에서 부산 해운대에서도 보다 더 잘 사는 지역과 보다 못사는 지역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고, 지역 내에서의 인구나 일자리나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데, 관련해서 빈집은 반여동이나 반송지역에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진구는 부산에서 가장 상권이 발전된 곳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인구, 세대수도 많지만 그와 함께 빈집이 많은 곳이다. 부산진구의 경우 도심지에는 아파트가 많지만 산자락에 이전에 많은 주거단지가 형성되었지만 이제 점점 산자락의 빈집이 방치되거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 각 지자체처럼 부산진구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빈집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부산진구의 빈집은 무허가 빈집이 많은데, 무허가 빈집들 일수록 경사진 곳에 주거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활용가치가 낮을뿐더러, 지역안전지수를 낮게 하기도 한다. 1인가구도 많아서 범죄 취약지역을 형성하기도 한다. 때문에 소방차 길 터우기, 심리치료 등이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들은 부산뿐만 아니라 수도권 경제집중, 수도권 일자리 집중으로 전국의 지역들에 젊은이 이탈이 일어나지만 제 2의 도시에 걸맞지 않게 극단적으로 젊은이 유출이 진행되는 도시가 부산임을 보여준다. 대구나 광주보다 고령화과 심한 고독한 부산 지방 아파트에는 미래에 젊은이들이 살지 않고 노인들만 혼자 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이들도 1인 가족화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60대가 넘어가면 노인들의 1인 가족화는 경제, 건강 등에서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다. 노인 빈곤율, 노인 금융 빈곤율도 문제가 되며, 정신적 우울증, 정신건강도 문제가 될 것이다.
대도시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부산, 부산의 노인주거정책의 실태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부산, 고급 실버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중산층 이하 노인을 위한 공공노인주거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사실 부산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75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산 공공노인주거복지시설은 양로시설 4곳과 노인복지주택 1곳이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7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2016년 국비 50억 원을 확보해 추진했던 부산시 1호 공공실버주택건립은 주민반발로 중단된 상태이다.
대도시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부산이지만 노인 주거 정책의 부재와 함께 노인 주거 양극화가 심각한 도시이다. 노인 주거 양극화가 사회 갈등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도 아파트에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지만 더욱더 많은 노인들이 살게 될 것이고, 노인 1인 가구는 청년 1인 가구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비혼주의자 청년보다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 1인 가구가 하류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하류 독거 노인이 될 것인데, 부산의 경우 아주 많은 이들이 가난한 독거 노인이 될 것이다.
하류노인은 경제적으로 힘들뿐 아니라 표류 노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 독거 노인이 자산이 부족할 경우 임대인들이 독거노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독거 노인은 도시 공간에서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고독사를 고질적인 현안으로 가져올 것이다. 나이드신 노인들은 침해나 여러 병, 침해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청년세대 1인 가족보다는 노인 1인 가족이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을 것이다. 노인 고독사의 경우 집주인이 책임을 져야할 위험부담도 있고, 구청과 시청은 돌봄의 책임과 함께, 방문 관리 대책을 내놓기 바쁠 것이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저출산으로 작아진다면 돌봄의 민주주의와 지자체의 책임역량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이건 부산만의 인구 구조가 갖는 취약성 때문에 벌어지게 될 것이지만 초고령사회가 가진 다층적 문제 중 하나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산의 상처이지만 벌어질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노인 돌봄의 약화는 노인빈곤율과 연관되면서 고독사도 증가할 것이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로 불린 건 27년째 계속되는 현상인데, 부산 인구 감소세는 멈출 줄 모른다. 대신 청년층 유출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은 시대에 젊은 층까지 빼앗긴다는 건 비극적 시나리오를 예상하게 한다. 수도권은 그 덕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부산은 그만큼 늙음의 도시, 빈곤, 소멸, 고독한 도시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은 진짜로 고독한 빈집, 아파트의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최용성 박사는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부산대, 부산교대 윤리교육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자치분권, 직접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하는 부산자치당의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01046172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