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에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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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시대에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흔히 AI를 '초지능'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구속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간이지만 시한부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유한한 생물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들 또한 죽음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자 하지만 시한부를 피해 나갈 수는 없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도 또한 조건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조건 혹은 더 나은 상태를 찾아 지능을 발휘하는 것은,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생물들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아닌가?
AI가 인간 존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기 에너지의 공급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시한부와 조건부에서 인간의 한계를 쉽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조건부'는 '시한부'에 귀속되는 하위 범주이다. 예를 들면 바둑에서처럼 바둑판에서 돌(시간)이 채워질수록 방법(조건)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시간'의 존재로서 인간의 유용성과 가치가 AI와는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이 '시간'은 유클리드 시공간에서의 단순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근대 산업 사회에서 인간의 일과로서의 노동 시간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8시간이며 이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는가? 이 8시간의 노동 '생산성'에서 인간은 AI에게 패배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존재에게 시간은 과연 직선으로만 흐르는 것일까? 일하다가 불현듯 깊은 상념이나 과거의 기억에 잠길 때 시간은 직선성에서 이탈하는 것 아닐까?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다른 분야(공간)에서' 초래할 '미래의' 여파를 상상해보는 것 또한 시간의 단순한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의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이 순간은 사실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몸은 이 순간 이곳에 있으나 정신은 이 순간 다른 곳과 다른 시간대(과거 혹은 미래)에 가 있는 것이다. 저는 이것이 인류가 근대의 사유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근대의 생산관리 체계에서는 사람이 일하다가 이런저런 '상상과 몽상'에 빠진다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휴먼 에러로 중대한 안전사고까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하나의 자로만 잴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인간을 단순한 산업 현장에서 도저히 가둬둘 수 없어서 AI를 탑재한 로봇이 새로운 가성비로 출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 존재가 어떤 길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지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시한부와 조건부의 세계에서 “슈퍼 을”인 초지능의 기계(AI)에 대응하여 인간이 다시 “갑”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지능’이 아니라 이제는 ‘공상과 상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별 존재가 갖는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애매하거나 모호한 은유적 표현을 AI 알고리듬이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즉, 말과 문자(기호)가 사람의 마음과 뜻(기의)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호만을 학습하는 AI가 인류와의 사회적 공간에서 야만적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반대로 인간이 AI와의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인간의 언어가 전혀 여백이 없는 무미건조하며 직설적인 언어로 변모될(AI를 닮아갈)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간에 이미 직설의 언어가 난무하면서 반목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세태 또한, 인간을 단순하게 합리적으로 길들이려는 근대의 폭력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은유와 비유, 유머 있는 말솜씨가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그것은 말과 문자의 쓰리 쿠션이고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적과의 칼부림이 아닌 함께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땡꼬 때리기 게임이며, 이것은 근대정신의 야만성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투고자 이름 : 이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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