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가미호프 - 옛날돈가스와 커피가 맛있는 레스토랑

메뉴 돈가스 (5,000원), 함박스테이크 (6,000원)
업종 양식/부페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266-25 전화번호 051-808-7645
영업시간 12:00~23:00 휴무 명절
찾아가는법 지하철 서면역 15번 출구, 외환은행 서면점 골목, 서면약국 옆
주차 주차불가
등록 및 수정일 11-12-05 평점/조회수 5 / 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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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정동웅(57)씨는 많은 걸 훌훌 털고 넘어서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식구들에게 자신의 삶을 "실패한 성공"이라는 모순 어법으로 말한다고 했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그는 통달한 듯이 말했다. 부산 서면 교차로 인근의 호프 레스토랑 '가미'(서면지하철역 14번 출구 나와 외환은행 맞은편)에 들렀을 오후 4시, 그는 장만한 '돈까스' 재료를 주방으로 들이고 있었다. 첫눈에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슴에 묻어놓은 커피 향기는 진하고 깊었다. 그는 '한국의 원두 커피 1세대'로 일컬어진다. '가비방'은 1990년대 부산 경남에 40여개에 달했던 원두커피 전문 프렌차이즈점으로 한국의 커피 문화를 뒤바꾸었다. '가비방 신드롬', '부산의 원두커피 문화'를 주도한 이가 그였다.

-'한국 원두커피의 1세대'라고 들었다.

△"그렇지는 않다. 부산에서는 제 앞에 부산호텔 출신의 김증규, 피닉스호텔 출신의 손세징 선배가 있었다. 두 분은 지금 생존해 계시다. 서울에서는 박희추 박원준 같은 분이 계셨다. 하지만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 원두커피가 일찍 도입됐다. 저는 79년 일본에 가서 가라사와 선생에게 커피를 배웠다."

-커피는 무엇인가?

△"커피는 음식의 모든 것이 아니라 일부일 뿐이다. 지금의 커피 바람은 지나친 감이 있다. 교육기관이 많이 생기고 '바리스타'라는 인증제도가 생긴 것은 과열된 것이다. 얄팍하고 무게가 실리지 않았으며 커피를 좋아하는 척 하는 것 같다. 커피가 돈이 되지 않으면 남아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면 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가?

△"각 세대의 몫이 있다. '커피로 한반도를 통일하자'는 젊은 혈기의 구호를 내건 '가비방'과 '한국커피경영학원'(90년 시작한 부산 최초의 커피아카데미)의 결속에 금이 간 이후 프리랜서로 나서 월 1천만원을 벌었던 적도 있다. 거기까지가 내몫이었다. 이후 고생을 많이 했고 건강 때문에 생명의 고비도 넘겼다. 후배들이 도와줘 지금 이 호프 레스토랑을 차렸고 10년째 소소하게 꾸리고 있다."

-가장 좋은 커피는 어떤 것인가?

△"평생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 마셔보고는 '맛있다'고 말하는 커피가 최고의 커피다. 전문가가 맛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차피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겠는가?"

-커피에서 또 중요한 것은 없나?

△"무엇보다 커피의 신선도가 중요하다. 커피의 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커피의 신선도이다. 볶은 커피 콩을 개봉하면 1달 이내, 볶은 커피 콩을 갈아서는 1주일 이내, 추출한 뒤에는 15분 이내에 먹어야 신선하다. 그러니 볶아서 3~4개월, 갈아서 또 몇 개월 지나고, 추출한 것을 몇 시간 지나서 먹는 커피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미리 내려놓은 원두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커피는 신선도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커피가 아닐 공산이 크다. 그것은 커피 맛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 때문에 한국에 뿌리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 제대로의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금 에스프레소 커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금방 내려서 먹는 신선한 커피이기 때문이다."

그는 커피에 대한 숱한 상식과 얘기를 들려줬다. 자꾸 그는 "이런 상식 별거 아니다. 커피 또한 별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별게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노리는 것은 그런 경계였다. 그가 직접 갈아서 가져온 커피 가루에서는 신선하고 구수한 향이 눈에 보이듯이 올라왔다. 그 가루에 물을 내린 향긋한 커피들을 연거푸 맛보았다. 기자는 그날 밤에 잠을 못잤다.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원두커피의 세계는 작은 세계다. 5~10g씩 갈아 핸드 드립하여 커피를 낼 수 있는 것은 소규모 업소에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자가 주창한 소국과민(小國寡民, 적은 나라의 적은 백성)의 이상이 떠올랐다. 거대 세계화로 내닫는 이 세상을 깨는 바늘의 전략이 원두커피에 들어 있을 것 같았다. 정씨가 운영하는 호프 레스토랑은 지하 1층 40석으로 적은 규모였다. 그는 그곳을 그의 식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낮에는 3천500원, 밤에는 4천원 하는 돈까스 등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이들에게 '콜롬비아 슈프리모' 커피 100g을 4천원에 팔고 있었다. 그곳은 완벽하게 작은 그만의 원두커피 세상이었다. 커피 향이 짙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이 지금 나의 신조다. 커피에서 정통은 없다. 오직 변할 뿐이다." 그가 만드는 돈까스 맛은 과연 어떨까? 051-808-7645.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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