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맛있는 뒷고기 - 뒷고기 전문점

메뉴 뒷고기 3인분 (12,000원)
업종 고깃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북구 화명3동 2315-4 전화번호 051-361-5188
영업시간 17:00 ~ 02:00 휴무 둘째,넷째 일요일
찾아가는법 수정역 1번 출구 나와서 뒷골목
주차 주차불가
등록 및 수정일 11-11-10 평점/조회수 5 / 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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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자글자글 자르르, 자글자글 자르르…. 무슨 소리냐고요? 고기 굽는 소리랍니다.
고기가 뜨거운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해지고 있습니다.
고기는 다름 아닌 돼지고기인데, 그중에서도 뒷고기입니다. 뒷고기. 단어의 조합이 수상합니다.
뒤로 나오는 고기, 떳떳하게 앞으로 나서지 못해 뒤가 구린 고기, 쯤의 의심이 가능하겠습니다.

어떤 이는 그러데요. 그 옛날 돼지 잡는 이들이 너무 맛있는 부위라서 밖으로 팔지 않고 뒤로 빼돌려 자기들끼리만 몰래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요. 하지만 실상이 그렇기야 했겠습니까. 도축장에서 삼겹살이니 등심이니 따위의 이름이 붙은 공식적(?)인 부위가 팔려 나가고 남은,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그런 부위들을 모아 돈 없는 서민들에게 내돌렸던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싼 맛에 먹는 뒷고기'라 하지 않습니까.

뒷고기를 찾게 된 것은 순전히 이대호(42) 씨 때문입니다. 조그맣게 통신설비업을 하는 친구인데, 요즘 마음고생이 많답니다. 지난해 어느 업체로부터 터널 내 통신선 설치작업을 하청받아 수 개월간 '뼈 빠지게' 일해 완성해 놓았는데, 원청업체가 공사대금을 떼먹으려 한답니다. 울적해 술 한잔 하고 싶은데 문득 뒷고기가 당긴다며 연락을 준 겁니다. 뒷고기가 당긴다고 했지만, 실은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게지요.

여하튼, 그래서 찾아 간 곳이 '맛있는 뒷고기'(부산 북구 화명3동 2315의 4. 051-361-5188)입니다. 주방까지 다 합쳐봐야 15평이 조금 넘는, 테이블 6개 있는 작은 음식점입니다. 기본(3인분) 1만 2천 원이니 1인분 4천 원꼴입니다. 요 근래 구제역이다 해서 1천 원 올린 거랍니다. 요즘 웬만한 고깃집에서 삼겹살이 1인분에 8천∼1만 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괜찮은 가격입니다.

자글자글 자르르, 자글자글 자르르…. 고기는 잘 익고 있습니다. 소주부터 한 잔 들이켠 이 씨,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어보더니 감탄합니다. "쫄깃한 게 꼭 항정살 씹는 거 같네. 냄새도 안 나고. 허 참."

뒷고기 맛이 어찌 항정살 맛만 하겠습니까. 괜한 너스레겠지요. 하지만 솔직히 대단한 풍미는 없어도 뒷고기 이거 맛이 괜찮습니다. 고급 고기에서 느끼는 그런 맛을 기대하는 건 무리지만, 꼬들한 가운데 팍팍 살이 부서지는, 그런 씹는 맛이 독특하고, 또 씹을수록 고소합니다.

뒷고기로 유명한 곳은 경남 김해입니다. 김해시 주촌면에 도축장이 있어 거기서 뒷고기가 많이 나왔거든요. 주로 머리와 엉덩이 부위가 많이 나와 인근 대폿집 등에 나갔습니다. 뒷고깃집은 10여 년 전부터 김해를 벗어나 부산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 널리 퍼지더니 지금은 서울 등 전국적인 체인점까지 갖춘 큰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뒷고깃집이 대형화, 고급화되는 것은 왠지 불편하다고 합니다. 뒷고깃집은 부담없이 값싸고, 조금은 허름한 분위기가 어울린다는 겁니다. 괜한 고집일까요?

자글자글 자르르 자글자글 자르르…. 뒷고기 익는 소리가 이 씨에게는 꼭 자기 속 달래는 소리로 들리나 봅니다. "소리 참 좋다."

가게 벽면에 낙서가 가득합니다. 이 씨가 그중 한 글귀를 가리킵니다.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사나이 대장부 이만하면….' 이 씨와 비슷한 심정을 가진 누군가가 이 가게를 들렀던 모양입니다. "맛난 고기, 기분 좋은 술. 이런 게 사는 맛이지. 한 잔 하세!"

'한 잔 하세' 소리에 주인 김형섭(53) 씨도 합석해 거듭니다. 나이에 비해 참 젊어 보이는 얼굴입니다. 그렇다고 하니, "그래도 제 나름대로 고생 많이 했습니다"며 웃습니다. 내친김에 소주잔까지 부딪칩니다.

"김해 주촌에서 고기를 가져오는데, 우리는 목덜미살만 사용해요. 어떤 데 가면 넓적넓적하게 썰어서 초벌구이를 해가지고 내놓습니다. 그리 하려면 규모가 커야 돼요. 시설도 갖춰져 있어야 하고. 우리 같은 작은 규모는 그리 못합니다. 대신 우리는 생고기를 숙성시켜서 바로 썰어 직접 굽게 하지요. 숙성요? 고기 받아오면, 김치냉장고에 하룻동안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놓아 두지요. 그렇게 숙성시키면 냄새도 안 나고 살도 쫄깃해집니다. 여기 흰 살 부분 있잖습니까. 이게 참 좋은 겁니다. 기름이 아니고, 콜라겐 덩어립니다. 이게 기름이라면 구울 때 기름이 줄줄 흐를 건데 안 그렇지요? 몸에 좋은 겁니다."

자글자글 자르르 자글자글 자르르…. 고기 굽는 소리에 맞춰 김 씨도 자기 넋두리를 널어 놓습니다. 이 가게 연 지가 1년 반이 채 안됐다네요. 그전에는 그도 건실한 직장에 다녔답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회사 규모가 축소되고 그 와중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겁니다. 궁여지책으로 지난 2009년 10월 이 가게를 인수해 문을 열었답니다.

"원래 이 자리서 뒷고기 하시던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혼자서 힘에 부쳐 하는 걸 우리가 넘겨 받은 거지요. 사실은 뒷고기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가게 하겠다고 나선 이후에야 뒷고기 먹으러 분주히 다녔어요. 다녀 보니까 맛이 괜찮더라구요. 아, 하면 되겠다 싶어 연구를 했지요."

자꾸만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안주인 최영희 씨가 그 모습이 맘에 안들었는지 눈 흘기며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남편과 함께 뒷고깃집 열겠다 마음 먹고는 며칠 잠을 못이뤘지요. 쉽게 됐겠습니까. 없는 경험에 앞에 했던 분 따라 조리법 배우고, 다른 곳 맛보러 다니고…. 그렇게 문을 열고 1주일 지났는데, 자신감 얻은 게, 이전 단골 분들이 새로 개업한 제 고기 맛 보고는 냄새 없고 맛도 좋다면서 칭찬해 주시는 거예요. 얼마나 고맙던지. 선택을 잘했구나, 그리 해오고 있지요. 주변에선 석 달 하면 오래 하는 거다 했는데, 그 분들 기대(?)를 무참히 깬 거죠. 하하."

그러고 보면 두 부부에게 뒷고기는 참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된 듯합니다. 어쩌면 버려졌을지도 모를 고기 부위가 오히려 사람에게 위안이 되다니 묘한 일입니다. 돈 못 받아 힘들어하는 이 씨에게도 조금만 참으면 길이 트이겠지요. 그런 맘으로 한 잔을 더 권했습니다.

어느덧 소주 6병을 비웠네요. 과음했습니다. 그런데도 기분 좋게 취했습니다. 왜 이리 술이 쉽게 들어갔을까요? 뒷고기 때문일까요?

그냥 헤어지기가 뭣합니다. 김 씨가 문득 제안합니다. 원초적인 뒷고기 맛 한 번 보지 않겠냐고요. 이야기인즉슨, 구포시장 인근에 뒷고깃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 있는데, 거기서는 삶은 돼지머리를 쑹쑹 썰어 내놓다는군요. 그러다 보니 코, 혀, 귀 부위가 노골적으로 불판 위에 오른답니다. 가 보자! 그랬지요.

부산도시철도 2호선 덕천역에서 대로를 따라 구포시장을 왼편에 끼고 구포역 쪽으로 걷다 보면 철길에 못미처 왼편에 연동길(구포1동)이라는 골목이 나옵니다. 거기에 '진주꼬리' '김해 뒷고기' '주막꼬리' 등등 뒷고깃집이 모여 있습니다. 밤 9시쯤. 의외로 골목은 어둡고 뒷고깃집은 한산한데, '천막…'이라고 가게 이름도 불분명한 곳에 유독 사람이 왁자하네요.

안으로 들어서려니 주인인 듯한 중년의 사내가 손을 휘저으며 나가랍니다. 고기가 다 떨어져 손님을 받을 수 없답니다. 허 참! 뒷고기가 이리 인기 있나?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술기운에 먹어 보자 용기는 냈어도 귀, 코, 혀 부위는 여전히 께름칙했거든요. 여하튼, 기대했던(?) 시식의 기회는 다음으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나오다 보니 한편에서 취객 둘이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입니다. 가만 들어 보니 서로 전혀 딴 얘기를 하는데 기이하게도 대화가 됩니다. 한잔 술에 공연한 쌈박질인 겁니다. 삶의 고단함을 저리 푸나 봅니다. 뒷고기 뒤에는 그렇게 사람 냄새가 물씬합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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